자기 전에 영양제를 먹었습니다. 오늘 먹을 영양제는 오메가 3와 아이루테인입니다.
영양제를 꺼낼 때부터 약간 끈적하니 자기들끼리 꼭 붙어있었습니다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. 오메가는 원래 약간 끈적하니까요.
오메가 3 두 알에 아이루테인 한알 그리고 반컵 정도의 물
평소와 다름없이 한입에 꿀꺽 삼켰습니다.
그런데,
음..... 목에 걸린 느낌에 났습니다.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, 물을 한 컵 더 마셨습니다. 한 컵, 두 컵 더 마셨지만 여전히 목에 걸려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.
뭘 더 먹어서 내릴까 고민했지만 집에 밥 한 숟가락 남아있지 않았습니다. 자기 직전이었거든요. 눈에 보이는 영양제 하나. 기존에 먹었던 오메가 3보다 좀 더 길쭉한 영양제 한 알을 물과 함께 또 먹었습니다. 이제 됐겠지?
목구멍에 약간의 불쾌감을 남겨둔 채 잠에 들었습니다.
새벽 세시 반, 통증이 느껴져 잠에서 깨버렸습니다.
이건 백 프로, 아직도 오메가가 목구멍이 붙어있습니다. 건강해지겠다고 먹은 영양제가 운 나쁘게도, 아직도 내 목에 붙어 들어가지 않고 버티고 있는 모양입니다.
따뜻한 물을 마십니다. 한 컵, 두 컵, 세 컵... 여전히 걸려있는 느낌
목구멍에 손을 넣어 꺼내고 싶고, 병원에 가야 하나 고민이 듭니다.
물을 마셔도 식도 저 안쪽 깊은 곳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며 지나갈 뿐 딱 달라붙은 오메가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것 같습니다.
최후의 수단으로 햇반 한 공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립니다. 옛날부터 엄마는 목에 뭐가 걸리면 밥을 한 숟갈 먹어 꿀떡 넘기라고 했어요. 주방 바닥에 앉아 갓 돌려 나온 뜨거운 햇반을 호호 불어 한 숟가락 먹습니다. 남들이 보기엔 새벽에 식탐이겠지만, 저에겐 살아남기 위한 행동입니다. 한 숟갈, 두 숟갈, 세 숟갈.... 꼭꼭 씹어 넘깁니다. 혹시나 밥도 걸릴까 걱정입니다.
머릿속에는 목구멍에 붙은 오메가 3가 내가 먹은 밥에 밀려 반바퀴씩 굴러 내려가는 이미지가 상상됩니다.
밥 한입, 두 입, 물도 한입, 다시 밥 한입...
어느새 밥 반공기를 먹었습니다. 물을 한입 마시니 저 깊은 곳에서 모여있던 음식이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듭니다. 그렇지만 아직 모자라. 식도는 원래도 연동운동(꿈틀운동)을 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위로 보낼 수 있는데, 얼마나 오메가 3가 끈적하게 달라붙어있으면 떨어지지 않는 걸까요.
잡다한 생각을 하며 다시 밥 한 숟가락, 물 한입을 꿀꺽 삼키니 저 깊은 곳에서 약간의 고통이 느껴집니다. 그리고 끄르륵- 끄르륵- 밥 한 숟가락을 넘길 때마다 온 신경을 집중해 밥이 어디를 지나가고 있는지 느끼기 위해 애씁니다. 괜히 허리도 바르게 세웁니다. 넘어갔나?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다 비웁니다.
잠을 깨웠던 불쾌감은 이제 넘어간 것 같습니다. 남은 건 약간의 불신, 그리고 빈 밥공기
역시 음식물이 목에 걸렸을 때는 밥 한 숟가락이 필요합니다. 안 넘어가는 건 더 먹어서 내리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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음식물이 목에 걸린 느낌, 6시간만에 넘긴 후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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